기하치조가 완성되기까지
전통 공법에 따른 제조법
1 양잠
누에를 키우고 고치 짓기
명주(영어로 실크(Silk))의 원료는 누에나방의 유충이 짓는 고치입니다. 누에에게 뽕나무 잎을 먹이고 길러 명주실을 생산하는 것을 양잠이라고 합니다. 하치조지마섬에서는 뽕나무가 자생했으므로, 예로부터 양잠을 했습니다.(현재는 양잠을 하지 않습니다.)
2 제사(製絲)
고치에서 실 뽑기
고치는 누에가 분비하는 물질(세리신)로 접착되어 있으므로, 매우 단단하고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이에 고치를 냄비에 넣고 삶아 접착력을 약화시켜 쉽게 풀 수 있게 합니다. 누에는 한 가닥의 실만으로 고치를 지으므로, 풀린 부분을 잡아당겨 물레에 감으면 긴 한 가닥의 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치 하나에서는 1,200~1,500m의 실을 뽑을 수 있습니다. 명주실은 매우 가늘므로, 여러 가닥을 합쳐 꼬아서 생사(生絲)를 만듭니다.(현재 생사는 섬 밖에서 매입합니다.)
3 염색
섬의 초목으로 실 염색하기
기하치조의 색은 노란색, 갈색, 검은색의 3가지뿐이지만, 기하치조의 매력은 염색에 있으며 특히 노란색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염색은 화학 염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두 섬에서 자생하는 초목을 사용해 이루어집니다. 초목을 달인 물(일본어로 ‘후시’)에 담그는 ‘하염’을 수십 회 반복한 후, 색을 더 정착시키기 위해 나무 잿물이나 수렁논의 진흙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립니다. 이처럼 기하치조 염색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4 베틀
3가지 색실로 천 짜기
기하치조는 ‘다카바타’라는 베틀을 사용해 손으로 짠 견직물로, 노란색·갈색·검은색의 3가지 실을 조합하여 줄무늬나 격자무늬로 짭니다. 다카바타는 메이지 시대(1868~1912)에 도입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신체에 부담을 주는 전통적인 베틀 ‘지바타’를 사용했습니다. 직조 방법에는 크게 평직과 능직이 있습니다. 평직은 날실과 씨실을 한 가닥씩 교차시키는 기본적인 직조 방법이지만, 기하치조의 실은 거친 질감이 눈에 잘 띄므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문직(斜紋織)이라고도 하는 능직은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점이 사선으로 무늬를 이루는 직조 방법으로, 직조 기법은 100가지 이상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5 마무리
뜨거운 물에 담가 풀 제거하기
기하치조는 알칼리 매염으로, 날실에 바른 풀에 들어 있는 동백기름이 오랜 세월 사이에 산화하여 지방산으로 변해 색이 바래는 원인이 됩니다. 이에 마지막에 직물을 약 40℃의 따뜻한 물에 30분 정도 담근 후 흐르는 물에서 솔로 풀을 제거합니다. 이것이 ‘유도시’라고 불리는 마무리 작업입니다.